본문 바로가기
장바구니0

상품 검색

소설수업과 자괴감..ㅋㅋ > 공지사항

뒤로

소설수업과 자괴감..ㅋㅋ

페이지 정보

작성자 Nara 작성일 25-06-15 15:26 조회 2 댓글 0

본문

교과서를 소설수업 중심에 두고 하는 일상 수업 설계에 관심이 많다. 지난 토요일 포천 선생님들과 대화 나누고 돌아온 내용을 정리한다. ​아름다운 수행평가를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일상의 수업이 끝난 뒤 “아, 오늘 좋았다!”라고 뿌듯해 하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저는 올해 일상 수업에 좀더 촘촘한 의미를 실어 운영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생각한 내용들을 선생님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저는 인문계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1학기에 〈문학〉을 수업한 경험을 중심으로 소개 드릴 예정입니다.오늘 발표의 초점은 ‘교과서 수업에 의미 싣는 법’, 그리고 ‘학습자를 수업에 초대하는 법’입니다. ​연수 전에 패들렛에 이 주제 관련 궁금한 점을 물어 주십사 요청을 드렸는데요, 한 선생님께서 정말 중요한 질문을 주셨어요.교과서 소설을 읽을 때 끝까지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교과서 제재는 교사가 학습자의 취향과 눈높이를 고려하여 마련한 외부 지문에 비해 재미가 덜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전 이 또한 가르쳐야 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재미있는 것’, ‘쉽게 공감 가능한 것’, ‘동시대의 것’만을 강조하다면 학습자가 학습 행위를 대하는 태도가 가벼워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여기에서 “가벼워진다”의 의미는, 학습 대상이 아니라 자신을 중심에 두고 공부하는 태도를 뜻합니다. 본인의 호오를 기준에 두고 학습 대상을 ‘좋은 것/나쁜 것’으로 구분하는 자세가 생길까 염려되어요. 공부는 그런 게 아니잖아요.그래서 학생 취향을 반영하여 가져온 외부 지문과 교과서 지문의 비율을 5:5로 유지하려 하고 있어요. 아이들에게 당장 재미있진 않더라도, 곱씹어 생각하고 떠올렸을 때 자꾸 깊은 의미와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글도 함께 소개해주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에요.​다시 교과서 제재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오면, 아이들이 지루해할 수 밖에 없단 거예요. 마치 중력과 같은 자연 현상입니다(웃음). 그래서 전 보편적 학습설계의 개념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문자언어에 어느 정도 익숙한가의 문제는 학생이 가진 특징이에요. 학습자의 특성이 수업 상황에서 장애요인이 되지 않도록 수업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 보편적 학습 설계입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건물을 설계하는 ‘유니버셜 건축’의 교육 버전이에요.수업에는 문자언어 외에도 영상, 음향, 신체 활동 등이 고루 소설수업 포함되는 것이 좋다는 것이죠.저는 학습지에 QR코드를 싣고 있어요. QR코드는 작품을 영상으로 소개한 동영상 자료로 연결됩니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일이 버거운 학생들은 동영상을 보고 줄거리를 파악한 뒤 다시 글 읽기로 돌아올 수 있어요. ​다음은 학습지에 실어둔 QR코드입니다. 겨울 나들이 학습지만세전 학습지​(+) 학습지 전체 내용이 담긴 PDF에요. HWP 파일은 학교 컴퓨터에 있어 PDF 파일을 먼저 업로드 합니다. 출근 후 편집 가능한 HWP 파일도 추가할게요.​영상을 찾을 때에는 문학캐스터 레몬님의 채널과 EBS의 ‘10cut 고전문학’ 시리즈를 주로 활용해요. ​영상을 활용할 때에는 교실의 TV로 전체 송출하지 않는 편입니다. 저는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주체적으로 학습하는 능력을 함께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교사가 틀어주는 영상을 학급 전체가 함께 보는 일은 학습자가 자신의 학습을 조절하는 기회를 앗습니다. 영상이 학습 대상이 아닌 감상이나 관람의 대상이 되어버려요. 소설 전체 내용을 알고 싶어 영상을 보는 학생도 있을테고, 혼자 읽다 특정 부분이 이해되지 않아 활용하는 학생도 있을 것입니다. 주요한 내용을 메모하려면 영상을 잠시 멈출 필요도 있고요. 학습자가 영상을 학습 자료로 활용하게 하기 위해선 개인 기기를 활용해 이어폰을 끼고 각자 보는 경험을 부여해야 해요. ​;은 마지막 페이지에 실렸습니다. 전자는 학기 초, 후자는 학기말에 수업했어요. 학기 초에 학습지 첫쪽에 영상 QR을 싣고 소설을 읽기 전에 영상을 참고하게 했어요. 그런데 10% 정도의 학생이 작품 결말을 스포일러 당한 것 같아 재미가 반감되었다는 반응을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후반엔 QR을 학습지 끝에 싣고 원하는 사람들만 먼저 보게 했어요. “;은 일제 강점기에 쓰인 소설이라 혼자 읽고 이해하기가 힘들 수 있어. 도전해볼 사람은 바로 소설을 읽기 시작하고, 도움 자료가 필요한 사람들은 영상을 본 뒤에 소설을 읽으면 돼. 소설 읽기를 시도한 뒤에 안되겠다 싶으면 영상을 봐도 돼. 본인의 취향과 읽기 능력에 따라 적절한 방식을 택하면 돼.”라고 일렀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알아서 활용 방식을 택해더라구요. QR코드를 마지막 페이지에 싣고 선택 대상으로 두는 것이 효과적이었습니다.​저는 입담이 뛰어난 교사가 아니라 작품 소개를 매력적으로 하지 못해요. 동기유발을 소설수업 정말 재미있게 해서 학생들의 이목을 모으는 선생님이 계시잖아요, 제가 소설을 잘 못 팔아요(웃음). 매번 “소설에 대한 호감을 어떻게 일으키지?”라는 고민을 해왔는데 ‘혼자 소설 읽기에 도전한다 vs 영상을 본 뒤 읽는다’로 선택권이 생기니 이미 자기 주도성이 발휘되는 기반이 만들어진 셈이라 교사가 굳이 재미있는 말로 동기유발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유튜버들이 만든 영상이 이미 흥미로우니 더더욱 제가 말을 보탤 필요가 없었고요. 저처럼 쇼맨십이 부족한 선생님들은 참고하세요(웃음).​저는 교과서 소설 수업에 의미를 싣는 방책을 구조를 바탕으로 해석하는 법을 가르친다에 두고 있어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먼저 가능한 많은 학생이 내용을 이해하고 있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그것을 위해 도입한 것이 보편적 학습 설계이고요. ​​하지만 영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중도 포기하는 학생도 당연히 있어요.안 읽는 애들 어떡하죠?저는 송승훈 선생님을 정말 존경하는데, 승훈 선생님이 하신 말씀 중 저에게 가장 큰 위안이 된 것은 “학급의 10% 학생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자연 현상이니 교사가 고통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라는 문장이었어요(웃음). 당연히 모든 학생이 충실히 작품을 읽어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영상을 활용했을 때와 아닐 때를 비교해보았을 때, 확실히 변화가 있거든요. 이전엔 20%가 탈락했다면, 영상을 투입했을 땐 적어도 그중 절반 이상이 줄거리를 어렴풋이는 알게 돼요. 저는 교사가 그 지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참여하지 않는 10% 내외의 학생들을 향해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친구들이 수업으로 돌아오려 할 때 기댈 수 있는 여지들을 배치해 두는 거예요. 이를테면 개인기기로 영상을 보는 활동이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수업은 까다로운데 핸드폰으로 영상 보는 건 할 수 있어, 그런 학생들은 영상 보기를 택할 수 있잖아요. 그럼 그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수업 장면의 일부로 포함돼요.그리고 내용 정리 활동지를 보시면 제가 바탕글을 14개의 조각으로 쪼개어 제시해 두었잖아요. 한 차시 수업을 할 때엔 3~4개의 조각을 다뤄요.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 전에 학생들이 내용 정리를 하는데, 요약하는 양식을 인물 그림으로 그려 제시했어요. 학생이 그림 위에 인물의 주요 대사나 행동을 소설수업 옮겨 쓰며 줄거리를 정리하는 방식이에요. 지난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특정 페이지의 인물 대사, 행동을 정리하는 일은 큰 부담이 되지 않아요. 그래서 민망하지 않게 수업으로 돌아올 수 있어요. 빈칸 채우기 문제나 마인드맵 그리기 활동 등은 글을 모두 읽지 않은 학생에게 부담이 되어요. 목표는 동일하되 좀더 많은 학생이 도착점에 설 수 있는 구조로 활동을 설계합니다.​아이들이 마음만 먹으면 자연스럽게 수업 활동에 스며들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이사람 저사람에게 도움을 구할 필요 없이요. 클라이밍할 때 벽에 박힌 손잡이를 붙잡고 밟아 가며 오르잖아요. 그 손잡이를 여러개 만들어 두는 거예요. 정상에 오른다는 목표는 조정하지 않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학생에게 찾아가 “왜 안해?”라고 물었을 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라는 답을 들을 때가 많은데 학습지를 이런 모양으로 만들어두면 쉽게 해결이 돼요. “2쪽에서 ‘나’가 말한 내용들을 그림[2] 위에 써봐.”라고 할 수 있는 거죠. 학생도, 교사도 덜 민망해져요. “수업시간에 민망한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배움은 일어나되.”가 제가 꿈꾸는 이상입니다.​이건 제가 만든 정리 사례에요. 학생이 직접 요약하는 시간이 끝나면 교사의 작업과 비교해보며 틀린 것, 빠진 것을 채우게 합니다. 이 자료는 수업 플랫폼(저희 학교는 구글 클래스룸을 써요)에 누적되는데, 이 자료를 보면 앞선 활동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도 이전 차시 내용을 스스로의 힘으로 이해할 수 있어요. 적어도 수업 시간에 멀뚱히 앉아 있지 않아도 되어요. “내용 이해가 잘 안되면, 이 자료를 읽어봐.”라고 교사가 안내할 수 있는 거니까요.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이 많은가/적은가의 문제보다 중요한 건, 민망한 시간을 버텨야 하는 사람을 덜 만드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과거의 저는 교과서 소설을 가르칠 때 교사가 열심히 고민해서 만든 작품의 가치를 학생들에게 설득하듯 전하는 일에 초점을 두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직접 작품을 해석하는 법을 알려주는 일을 중시해요. 저희는 결국 아이들이 꾸준히 책을 찾아 읽는 독자가 되길 바라는 것이잖아요.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작품의 의미를 직접 해석할 수 있지, 라고 고민을 하다 인물의 변화를 중심으로 소설을 다시 소설수업 읽는 경험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줄거리를 좇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바라보게 하고 있어요. 제가 말하는 구조란 ‘인물의 삶을 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하는 변화’가 그려진 얼개입니다.아이들이 소설을 읽을 때 스토리 텔링처럼 이해하는 경향이 있어요. 의미를 발굴하려 하지 않고 “그래서 결말은 어떻게 되지?”, “그래서 주인공은 어떻게 되지?”에만 관심을 두는 것이죠. 이야기를 선형적으로 이해하는데, 이걸 스토리 텔링의 방식이라고 합니다.구어(=입말)와 문어(=글)의 결정적인 차이는 ‘구조, 체계’이거든요. 구어는 구성이 없지만, 문어는 체계성 잡힌 구성이 있어요. 이것은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각각의 특성이에요. 아이들이 이야기를 주로 접하는 플랫폼이 유튜브가 되고 나니, 이게 상당히 구술성이 중시되는 의사소통이잖아요. 문어 기반 텍스트를 읽을 때에도 모두 구술의 방식을 적용하는 현상이 벌어졌어요. 그래서 더더욱 교과서 소설을 가르칠 때에는 구조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게 이 장르의 특성이니까. ​그리고 이 경험은 학습자 효능감으로도 연결되어요. 구어의 방식으로 소설을 이해하려 하니 좀처럼 혼자 주제를 도출할 수 없거든요. 줄거리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소설을 읽으면 한 학기에 다섯 편을 배워도 스스로 주제 도출을 할 수 없어요. 인물의 변화를 중심으로 작품의 구조를 파악하고, 주제 도출하는 방법을 알려주면 배운 것을 써먹을 수 있죠. 그래서 학습자 효능감이 생겨요. ​수업 종료 5분 전에 수업일지에 ‘배운 점/느낀 점/궁금한 점’을 정리하게 해요. 학생들은 그 시간에 그날 배운 내용을 정리합니다. 구본희 선생님께 배워 활용하고 있는데, 전 이제 배/느/궁 없이 수업 못해요(웃음).​(+) 구체적인 안내는 다음 포스트에 있어요.매 차시 학습이 끝날 때 학생들에게 배움 일지를 쓰게 하고 있다. (+) 수업에 활용하는 사례는 다음 포스트...이번 학기 문법 수업의 큰 목표는 ‘당황하지 않기, 오개념 가르치지 않기’이다. 어떻게 하면 말이 꼬이지...​;의 본문을 읽은 시간에 학생들이 써낸 수업일지가 정말 인상적이었는데, 절반 가까운 학생이 “내용은 이해가 가는데 작가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건지는 모르겠다.”라고 의문을 써서 낸 거예요. 그래서 주제 도출하는 법을 제대로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어요.​1차시에는 본문을 읽고, 2차시에는 주요 내용을 정리하게 해봐야지 라는 마음으로 제가 처음 준비한 소설수업 학습지는 이것이었어요. 소설 읽기 수업할 때 ‘인상 깊은 부분과 이유’를 정리한 뒤 모둠원과 토의를하는 흐름으로 작업을 많이 했거든요. 이번에도 그 방식을 차용하되, 주요 인물을 지정해 주고 이 사람의 발언 중에서 중요한 것들을 찾아보라는 안내를 했어요. 교과서 수업이니 좀더 주요인물의 특성에 주목하게 하고 싶었거든요.수업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포인트는 아이들이 정말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지점’들을 써냈다는 거예요. 제가 학습지에 쓴 내용을 바탕으로 모둠 토의를 하게 되니, 인상 깊은 부분과 이유를 쓸 때에는 주제 의식 도출에 기여하는 내용들을 중심으로 써달라고 여러 번 강조를 했는데 학생들은 정말 개인적인 감상과 관련된 답안을 썼어요. 이를테면 “주인공이 너무 감정적이라 마음에 들지 않았다.”처럼요. ​첫 학급 수업을 찝찝하게 마무리하고 수정한 활동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는 여로형 소설이에요. ‘나’의 남편은 한국전쟁 때 북한에서 남한으로 큰딸 한 명만 데리고 도망쳐온 사람이에요. 전쟁통이다보니 다른 가족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몰라요. 남한에서 ‘나’를 만난 남편은 재혼합니다. 십 년 넘게 잘 살았는데, 어느날 남편이 큰딸의 초상화를 그리는 모습을 보아요(남편은 화가입니다.). 그런데 초상화 속 모습이 묘하게 큰딸보다 나이들어 보이는 거예요. ‘나’는 “남편이 아직 북에 두고 온 전처를 그리워하는구나!”라는 생각에 배신감을 느끼고 집을 나와요. 그래서 겨울 나들이를 떠나는 거죠. ‘나’는 온양의 한 여관집에 들릅니다. 그리고 한 고부를 만나요. ‘아주머니’의 남편은 한국전쟁 때 북한군의 총을 맞아 눈앞에서 죽어요. 남편의 어머니인 ‘시어머니’도 함께 아들의 죽음을 목격합니다. 사실 시어머니의 실수 때문에 남편이 죽고 말거든요. 하지만 아주머니는 시어머니를 지극 봉양해요. 자식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빠져 사는 시어머니에게 연민을 느끼기 때문이에요. 고부와의 만남을 통해 ‘나’는 무언가를 깨닫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학생들이 ‘나’에게 일어난 변화를 명확히 파악하게 하려면 두 가족의 특성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겠다고 여겼어요. ;는 남편을 향한 배신감으로 분노한 화자가 주인공이므로, 서술에 감정이 섞여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주인공이 감정적이라 마음에 안든다.”라는 반응을 보인 거예요. 화자의 태도, 말투에 담긴 인식을 이해하지 않은 거죠. (아이들이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주인공의 특성을 걷어내고 두 가족의 사실적인 정보만이 소설수업 기재될 수 있도록 두 가족을 나란히 그린 뒤 각각의 특성을 정리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여정에 따른 인물의 변화를 정리하게 했어요.언뜻 보면 교과서 학습활동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의 감정과 생각 정리 문제 같지만, 아이들에게는 장르의 특성에 초점을 두어 주문 했어요. “여로형 소설은 여정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일단 집을 나갔다는 건 뭔가에 결핍을 느꼈다는 거잖아. 그 결핍을 발견하고, 그것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탐색해 봐. 결핍이 어떤 방식으로 채워졌는지, 인물이 왜 그것이 해소되었다고 여기는지 찾으면 돼.”라고 안내하였습니다. 결핍에 무게를 둔 탐색을 강조했어요. 그제야 학생들은 여정을 통해 ‘나’가 얻은 것을 어렴풋이 파악했고, 저희는 함께 주제에 가닿을 수 있었어요.​공교롭게도 D고에서 사용하는 《문학》 교과서에 실린 소설은 모두 여로형 구조를 갖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주인공을 너무 싫어해서(웃음) “얘들아, 일단 길을 떠나려면 뭔가에 화가 나거나 아쉬움을 느끼거나 배신을 당해야 한다고 했잖아. 결핍이 있는 주인공이 등장한단말이야. 애초에 좀 삐딱할 수밖에 없는거야. 여로형 소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사람 자체를 싫어하기보다 먼저 그 사람이 가진 결핍이 뭔지를 확인해 봐.”라고 설명했어요. “너희도 배고프면 화나잖아.” 수업을 할 때 학생들에게 장르 문법을 알려주는 일도 함정에 빠지지 않고 주제를 찾아가는 방책이 된다고 여깁니다.​구조 읽기가 주제 도출과 결정적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사례를 보여드릴게요.앞서 배움일지에 대한 이야기를 드렸는데요. “내용이 뭔지는 알겠는제 주제 파악을 못하겠다.”라는 의문이 많았다고 말씀 드렸지요. 비슷한 비율로 나온 질문이 있었어요. “아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실은 ;에는 한 명의 등장인물이 더 나와요. 여관집 주인의 아들이에요. ‘아주머니’가 북한군에 의해 남편을 잃었다고 설명드렸는데, 그때 돌 정도 된 아들이 있었거든요. 그 아들이 자라서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어요. ‘나’가 여관에 들르는 날, 아주머니가 아들이 사는 하숙집 주인에게 연락을 받는데 아들이 며칠째 집에 들어오지 않는단 거예요. 원체 성실해서 오래 외박할 스타일이 아닌데 이상하다, 직접 와서 찾아보시라는 말을 듣고 아주머니가 속이 타겠지요. 남편도 사고로 잃었는데 아들까지 소식이 묘연해졌으니 얼마나 불안했겠어요. 그래서 아주머니가 나름대로 미신을 만들어요. “요즘은 겨울이라 손님이 없는데, 오늘 손님이 와서 소설수업 벌이가 생기면 그 돈으로 노자 삼아 서울에 다녀오자. 그러면 우리 아들은 무사할 거야.”라고요. 그런데 '나'가 여관에 온 거예요. 아주머니가 정말 반갑고 기뻤겠을 거 아니에요.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나’와 아주머니가 함께 서울에 가요. 그러면서 끝나요. 아이들이 아들 어떻게 됐냐고, 궁금해 미치는 거예요(웃음). 그런데 이 소설에서 중요한 건 ‘나’의 결핍이잖아요. 아들의 결말에 초점을 두게 되면 구제 의식이 사라져버리거든요. 그래서 이 작품에서 아들은 중요하게 해석해야할 인물이 아니에요. ‘나’와 아주머니가 서로 기대는 관계가 된 요인으로만 기능하거든요. ​;를 읽은 뒤 “가족의 사랑은 소중하다. ‘나’가 여관 고부를 보고 가족 간의 사랑의 가치를 깨닫고 집으로 돌아간 거야. 가족의 사랑을 강조하는 소설이구나, 그게 주제였네.”라고 생각하는 건 작품을 절반만 이해한 거예요. ‘나’는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서로에게 기대는 아주머니와 ‘시어머니’를 보고 깨달음을 얻은 것이거든요. 아주머니는 아들을 잃은 슬픔에 치매를 앓게 된 시어머니를 돌봅니다. 동시에 시어머니도 아주머니를 돌보는 격이 되어요. 아들이 목숨을 잃던 시간에 갇혀 그를 지키려 자신이 외친 마지막 말만을 되풀이하는 시어머니를 지키는 일은, 아주머니가 삶을 이어나가게 하는 책임감이 되거든요. 아주머니는 시어머니를 그냥 지키는 것이 아니라, 아들(=아주머니의 남편)을 지키려고 뭐라도 하려는 마음을 지키는 거예요. 결국 결핍과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이 서로를 지탱해 서는 관계인 것이고요. ‘나’도 아주머니와 같은 관계입니다. 고부를 보며 깨달음을 얻었다는 점에서 아주머니는 ‘나’를 구원하고, 아주머니가 아들을 염려하며 만든 미신의 좋은 방향 점괘가 되었다는 점에서 ‘나’는 아주머니를 구원하지요. 그런 점에서 ;는 납작한 가족 사랑 권장 이야기가 아닌, 인간이 다른 인간을 구원하는 관계에 대해 전하는 서사가 되어요. “아들 어떻게 됐어요?”라는 질문이 끼어들면 이 아름다운 주제가 흩어지지요.‘나’에게 일어난 변화를 중심으로 작품을 해석하면 학생 스스로 주제에 가닿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교과서 수업의 초점을 이것으로 삼고 있어요. ​1부와 2부로 나누어 글을 쓸 계획이 아니었는데, 운동갈 시간이 되어 부득이하게 절반까지 정리. “2부로 돌아올게요~”라고 말하고 한 번도 2부 들고 나타난 적이 없는데……(먼산).​어쨌든 든 운동하러 갑니다. 안녕!​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오늘 본 상품

없음

바움P&S쇼핑몰 정보

회사소개 개인정보 이용약관 PC 버전

CS CENTER

FAQ 1:1 문의

INFO

회사명 : 바움피앤에스 주식회사 주소 : 인천광역시 연수구 인천타워대로 323, A동 2907~2909호(송도동, 송도 센트로드)
사업자 등록번호 : 836-87-00147
대표 : 김문수 전화 : 1833-6199 팩스 : 032-232-5030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제2022-인천연수구-0553호
개인정보 보호책임자 : 이정윤
Copyright © 2001-2013 바움피앤에스 주식회사. All Rights Reserved.